백석의 정신적 사랑, 란(蘭)
백석의 초기 대표작이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이 나는 시다. 솔직히 나는 이 시 때문에 통영이라는 곳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이 시에는 백석이 선을 보러 갔던 것을 숨기고 있다. 그 가난했던 시인 백석이 자신이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란이라는 아가씨에게 사실상 청혼을 하러 갔다가 쓴 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석은 불행한 시인의 모습대로 청혼을 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통영에서는 시인 백석을 알아주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여튼 이 사건 이후 시인 백석은 통영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아니 시를 발표하고 나서 통영에서는 백석이 이름이 한때 떠돌았다.
모던 보이로 이름이 날리고 있던 백석이 아름다운 통영에서 그 통영아가씨에게 제대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온 것은 결국 이런 아름다운 시로 승화가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방문 이후 란을 놓칠 것 같은 예감을 시로 적어 놓았다....
통영 (統營)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가깝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삼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 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客主)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栢)나무 푸르른 감로(甘露)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쳐며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平安道)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栢)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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