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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정호승 시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by kimeunjoo 2010. 5. 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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